넷플릭스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 후기 -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나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감상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는 브라질 정치에 대한 큰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꼭 한 번 정도는 무조건 봐야할 다큐멘터리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페트라 코스타 라는 여성 감독의 작품인데 부모가 모두 브라질 민주화 운동 투사였던 만큼 이 다큐멘터리는 어쩔 수 없이 브라질 대통령인 룰라와 지우마에 대해서 호의적인 시선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편파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서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과 룰라 대통령의 수감 과정을 보면서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피어났고 멸망해갔는지를 담담한 어조로 슬프도록 처연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브라질 민주주의의 흥망 과정을 볼 수 있다. 

앞구르기 하면서 봐도 좌파를 위한 다큐멘터리 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한 점은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이며 나처럼 브라질에 대해서 정보가 없는 사람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진 나머지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정치나 경제 상황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상태로 보면 분명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이긴 하다. 


일단 내가 브라질 대통령 룰라 와 지우마 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점은 이 둘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브라질의 빈곤율이 기적적으로 줄어 들었으며 브라질의 경제 역시 역대급으로 살아나서 전세계에서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당시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놀라운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 보도했고 그와 더불어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의 성과와 전략에 대해서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었다. 

전세계에서 당시 가장 인기 많았던 대통령 룰라

이 모든 경제 성장의 기적이 100% 룰라 대통령 덕이라고 하면 무리일 수 있으나 아무리 낮게 잡아도 90% 이상은 룰라 대통령이 만든 업적이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만큼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극빈층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며 이는 실로 효과를 거두어 극빈층 만이 빈곤을 탈출한 것이 아니라 브라질 경제 자체가 대폭 성장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며 한 때 지지율이 90% 에 육박하기도 했었다. 

이를 미루어 보았을 때 역시나 한 나라의 경제는 부자들만 잘 살게 해서는 절대 발전할 수 없고 온 국민이 고르게 잘 살아야 전반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부분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정책을 유지하던 30년간 나라 경제가 전반적으로 폭망하고 더불어 일본 서민의 삶이 무너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브라질의 찢어지게 가난한 자들을 구원한 룰라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당시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인기가 많은 대통령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그의 출신 성분이 기존 정치인들처럼 엘리트 정치인 가문은 아니었으나 국민들을 항상 생각하고 브라질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였던 극빈층을 경제적으로 구원한 거의 예수와 같은 인물이라는 게 그때 나의 개인적인 룰라에 대한 인상이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룰라 대통령은 지지하는 사람들은 힘과 권력이 없는 브라질의 극빈층 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브라질 국영 석유 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뉴스가 나오고 룰라와 지우마 대통령이 거기에 연관되어 있다는 말들이 나오면서 룰라와 지우마 대통령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나는 그래서 자세히 알아보지도 혹은 기사를 읽지도 않고 저렇게 청령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도 부정부패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구나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한 내가 어찌나 미안해 지던지 그 죄송하고 미안한 감정이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물론 룰라와 지우마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의 부정부패에 대해서 아무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보다는 더 넓은 시각에서 이 사건을 봐줄 것을 부탁 한다. 우리는 그전부터 페트로 브라스 만이 아니라 국영기업은 원래 룰라 정권 이전부터 브라질 정치에 깊숙히 관여해 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실 뭐 이건 우리나라나 다른 선진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대기업들이 정치인들의 자금줄이라는 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실상 대기업들과 정치인들은 상부상조하는 관계이며 이를 지칭하는 정경유착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실상을 그대로 드러낼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같이 정치 시스템이 발전한 나라조차도 대기업들에 의해서 전쟁까지 불사하는 일도 허다하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군수기업의 로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WHO 는 육가공식품을 암 유발 요인으로 지적했다가 대기업의 지적을 받고 슬그머니 단계를 낮추기도 했다. 이제 대기업은 정치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을 자기들 마음대로 조정하는 게 작금의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현대 사회의 현실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정경유착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과거 거의 모든 정권이 대기업의 돈을 받아 선거를 치르고 정치를 하고 있고 어느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대기업 회장들을 불러서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 지른 사례도 있었을 정도다. 물론 지금 문 대통령은 그런 저급한 대통령 들과는 차원이 다른 청렴함으로 나라를 이끌고 있지만 이는 문 대통령의 청령도가 넘사벽일 뿐 다른 대통령들을 이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된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만 보면 룰라 나 지우마 대통령 역시 청렴도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 사유도 페트로 브라스의 부정부패 연루가 아닌 나라의 회계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할 수록 어이 없는 이유였고 더 웃긴 건 이게 탄핵 사유가 되고 통과까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우마 대통령은 탄핵하려고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의 반증이며 후에 유출된 녹음 파일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지만 힘없는 국민들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애초부터 룰라와 지우마 대통령을 없애기 위한 정치 공작이었다.

룰라 대통령 역시 아파트 한 채를 받았는냐 안 받았느냐 가지고 검찰이나 언론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언론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고 역시나 언론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평범하고 힘없는 브라질 사람들은 언론에서 이렇게 떠들어 대니 룰라 대통령이 그 아파트 한채를 부정하게 받았다고 믿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검찰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그 아파트를 부정하게 받았는지에 대해서 단 하나의 확실한 증거를 대지 못했음에도 룰라 대통령은 이러한 의심(?) 만으로 검사로부터 무려 12년 형을 확정받는다.

그리고 나를 경악하게 만든 건 브라질의 사법제도인데 브라질은 검사가 판사 역할도 겸하기에 검사가 판사처럼 형을 확정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일을 처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검사가 부정부패에 연루되기도 너무나 쉽다는 반증이 아니었을까. 룰라 대통령조차도 이런 어이없는 이유로 자신이 감옥에 수감될 리 없다고 생각 했는데 브라질의 민주주의나 공정성은 아직 그 수준까지 올라오진 않았기에 지우마 대통령은 결국 어이없이 탄핵 당하고 룰라 대통령은 감옥에 가게 된다. 물론 지금은 감옥을 나오긴 했으나 지금 브라질 정권은 자이르 보우소나루라는 독재자 스타일의 대통령이 맡고 있기에 룰라의 앞날 그리고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어둡기만 하다. 

우리나라에 조국이 있다면 브라질에는 룰라와 지우마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국 법무 장관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공격이 도를 초과하고 말도 안되는 공격을 했던 걸 기억하실 거다. 특히 작년에 조국 장관이 얼마나 많이 뉴스에 나오고 부정적으로 묘사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은 조국 장관이 무슨 문제가 있구나 라고 믿기 시작했을 정도로 아직까지도 언론과 검찰의 힘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는데 지우마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의 부정부패에 관하여 확실한 증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이 둘과 관련하여 검찰이 지나가는 개도 비웃을 허술한 혐의를 마치 심각한 일처럼 언론에 떠들어 버리는 바람에 평범하지만 아는 게 별로 없는 대부분의 브라질 사람들은 룰라와 지우마 때문에 브라질이 망할 거라고 믿기 시작했다. 

아직도 부패한 언론을 믿는 사람들

실제로 지우마 대통령 당시 나라 경제가 좀 안좋긴 했으나 이를 지우마 대통령 탓으로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을 정도인데 국민들은 누군가를 탓해야만 했고 야당 의원들은 근본도 없는 민주주의 투사 출신 대통령들을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즉 원래부터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는데 이참에 없애 버리기로 작당을 한 거였고 이는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초기에 룰라와 지우마를 지지했던 정치인들 역시 룰라와 지우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에야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협력했으나 그들의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만큼 차갑게 돌아섰는데 이는 그들과 협력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이때 룰라와 지우마를 욕하던 사람들은 온갖 더러운 부정부패 혐의에 연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전형적으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개를 나무란 꼴인데 참고로 룰라 와 지우마 대통령은 겨조차 묻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룰라와 지우마만 처리하면 브라질이 다시 천국이 될 거라고 생각 혹은 착각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천국으로 가는 험한 길을 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곧바로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게 될 것도 모른채 말이다. 

정말이지 안타까운 건 룰라나 지우나 대통령이나 브라질을 위해서 브라질이라는 나라자체를 근본부터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브라질의 사회 시스템을 공정하게 바꾸고자 목숨을 내놓고 노력한 분들인데 이러한 이들의 노력이 야당의 정치공작과 국민을 잘못된 방향으로 선동하는 언론 덕분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는 점이다. 

이들의 인기가 하락하는 시점을 아주 교묘하게 이용한 부정부패한 야당 권력가들은 아는 것이 별로 없고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국민들을 속여 자신들이 권좌를 잡는데에 마침내 성공한다. 심지어 지우마 대통령 탄핵후 다시금 대통령 후보로 나온 룰라의 인기가 넘사벽으로 높아지자 말도 안 되는 혐의를 붙여 룰라에게 12년형을 선고한 판사는 지금 보우소나루 정권의 법무 장관을 맡고 있다. 이건 너무 냄새나는 설정 아닌가? 하지만 이게 작금의 브라질 정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는 어쩔 수 없이 국민의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가진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을 뽑은 우리나라 국민 중 40% 의 진정한 어른들 역시 존경한다. 적어도 우리나라 국민들 중 40% 는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들이었기에 정권 교체가 가능했는데 브라질은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 오지도 않았으며 앞으로도 머나먼 길을 가야할 것처럼 보인다. 최소한 10년 정도는 브라질은 경제나 정치 부문에서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우리나라처럼 정치 부문은 분명하게 퇴보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이 그래도 국민 정서를 감안하여 눈치를 보는 편인데 브라질은 이미 특정 부자 가문들이 정치를 독점하고 있는 터라 국민 정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편이다. 그로 인해 룰라 대통령은 의심만으로 감옥에 갔으나 지우마 대통령 당시 부통령이던 테메르 부통령은 국민들의 80% 부정부패 혐의 조사를 원했으나 국회에서 기각되어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브라질에서 대놓고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다. 

게다가 현재 브라질의 대통령인 보우소나루 는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는 군대가 만든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는데 이 사람은 망언을 너무 많이 해서 해외 토픽 뉴스에 자주 오를 정도로 엉망진창인 사람이다. 룰라와 지우마를 대통령으로 가졌던 브라질에서 이제 보우소나루 라는 형편없는 대통령을 가지게 된 건 감독의 말마따나 민주주의 몰락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브라질에게 아주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도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던 민주 정권이 한 번 몰락한 적이 있다가 다시 문재인 대통령으로 기사회생하지 않았나. 10년이라는 끔찍한 세월을 보내긴 했으나 국민이 열망하면 결국 민주주의는 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브라질에게도 대한민국같은 축복이 내리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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