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킹 메이커 로저스톤 GET ME ROGER STONE] 후기 -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남자

트럼프는 알아도 로저 스톤을 모르는 사람은 많을 거다. 

나 역시 이 다큐를 보고 처음 로저 스톤 이라는 사람을 알았을 정도인데 미국 정치에 큰 관심이 없거나 미국인이 아니라면 들어본 적이 없을 법한 인물이긴 하다. 미국인들에게는 나름 유명한 정치관련 인물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생소한 사람이 바로 로저 스톤 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라고 하니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악명 높은 유명 정치 컨설턴트인 로저 스톤 

한 마디로 말해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고 그들에게 정치전략을 조언하는 전문 정치 컨설턴트 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사람들이 많긴 한데 이러한 사람들의 특성은 바로 전면에 나서서 나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분은 트럼프 만큼이나 나서는 사람으로 미국에서는 유명한데 어린 시절부터 이런 자신의 끼를 일찍이 깨닫고 닉슨 시절부터 레이건 그리고 트럼프까지 주요 정치인들의 굵직한 업적에 지대한 영향력을 여러모로 미친 사람으로 미국 정치계 에서는 악당으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로저 스톤을 지지하는 사람이 만들지 않아서 더 특별한데 그래서 그런지 로저 스톤은 다큐 중간 중간에 자신을 찍고 있는 감독이 민주당에 게이 라고 비아냥 거리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한 마디로 이 사람은 공화당의 화신이며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악당 중의 악당 이라고 보면 된다. 어차피 정치인들은 다 사기꾼이고 정치라는 거 자체가 다 대중을 기만하는 쇼이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만 제대로 속이면 된다고 보는 사람이고 로비스트 라는 일을 대놓고 하면서 돈으로 워싱턴을 움직이게 만든 사람도 역시 이 사람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로저의 법칙 :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다

예전에 어떤 연예인이 토크쇼에 나와서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 이라고 했는데 정치인에게도 이 말은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생리가 비슷한데 두 직업군 모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밥그릇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겉보기에는 국민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사회를 위해서 또는 미래를 위해서 이 한몸 바치면서 일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렇게까지 남을 생각하는 사람은 정치라는 더러운 곳에 몸을 담으려고 하지 않는 게 현대 사회의 현실이다. 

온갖 별난 관심종자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정치라는 곳이며 그로 인해 온갖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모이는 곳 역시 정치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유독 말실수를 많이 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역시 자신들의 존재감을 어떻게든 대중에게 드러내기 위해서라는 걸 우리는 지난한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그 정치인이 싫어서 욕을 해도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 가장 큰 형벌은 아예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욕을 먹는 행위 조차 특정 정치인에게는 정치를 계속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로저 스톤은 미리부터 미국 정치의 생리를 이해하고 대통령이 될 자질이 능력이나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보다는 연기력 과 존재감 이라는 걸 일찍부터 간파했다. 어찌 보면 로저 스톤은 천재 정치 컨설턴트일지도 모른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진실(?)을 깨닳았으니 말이다. 

고도의 연기력과 매력을 갖춘 트럼프 

그런 로저 스톤의 눈에 트럼프가 들어온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뉴욕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부잣집 아들이었지만 성실하게 일하면서 부를 끌어 모은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신의 업적보다 더 화려하게 일을 만들어서 부풀리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사기꾼 기질이 넘치는 관심종자 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재산은 그렇게까지 많지도 않다는 게 미국 경제계의 정설인데 사람들은 그 모든 빌딩이 트럼프 재산이라고 착각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그의 이름이 붙은 많은 빌딩 중 직접 소유한 것은 별로 되지 않고 대부분의 빌딩에서 그의 이름만 쓰게 하고 로열티만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중들은 트럼프 타워나 빌딩 모두가 트럼프 소유라고 생각한다. 마치 패리스 힐튼이 힐튼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고 대중이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굉장히 고도의 전략이자 영특한 속임수라고 볼 수 있다. 

사업가 기질은 없으나 사람들에게 특히 미국 대중들에게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여지는 트럼프는 로저 스톤의 눈에는 완벽한 미국 대통령감 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1980년대부터 로저 스톤은 트럼프에게 대선에 출마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사실 좀 어이없긴 하지만 내 생각에도 로저 스톤의 눈이 정확하다는 걸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트럼프는 대통령 감이긴 하다. 어차피 미국 대중들은 아니 미국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대중이라는 집단은 생각보다 무식하고 멍청하기 때문에 트럼프 같은 사람들이 TV 에 나와서 호감을 얻는다면 충분히 대통령이 될 자질이 충분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레이건 이나 부시 같은 사람도 미국 대통령을 하는 마당에 트럼프 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실제로 미국의 정치와 경제는 레이건 시절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로저 스톤같은 정치 컨설턴트나 로비스트들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닉슨과 레이건 그리고 지금의 트럼프 

이 3명의 공통점은 다들 부패하고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데에 있으며 다들 기업가들과 친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정치라는 건 하나의 쇼이고 대통령 선거는 인기 투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안타깝지만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민주주의 라는 건 겉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언제든지 바보들이 망가뜨릴 수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바로 투표는 언제든지 인기에 의해 조작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인기도는 고도의 언론 플레이나 마케팅 전략에 의해서 좌지우지 될 수 있다. 

그로 인해 미국은 여러 번의 치명적인 실수를 대통령 선거에서 저지르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치명상일 정도로 미국의 미래에 KO를 날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 뒤에는 로저 스톤이라는 악명 높은 정치 컨설턴트가 있다. 

로저의 법칙 : 우기고 우기고 또 우겨라 그것이 진실일지라도 

그는 부정적인 슬로건이라도 그러한 슬로건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주저하지 않았다. 클린턴과 힐러리 부부를 강간범이라고 욕하고 트럼프가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장벽을 건설하라고 하는 것 역시 들어 보면 말도 안 되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지만 미국 내에서는 먹혀 들어갔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도 생각해 보면 예전 대통령의 딸을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정치를 잘 했다(?)는 이유 만으로 대통령에 당선시킨 전력이 있지 않나. 사람들은 의외로 가장 중요한 결정에서 가장 바보같은 판단 기준을 신뢰하는 특징이 있다. 미국 사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얼마 든지 멍청해 질 수 있다는 반증이다. 정치도 마케팅을 치밀하고 정교하게 해야 하는데 그 당시 여당은 정말이지 마케팅을 귀신같이 잘하긴 했다. 

트럼프 역시 선거 운동 기간 중 온갖 구설수에 휘말린 사람이다. 러시아와 내통설부터 시작해서 미투 운동에 휘말려서 여러 여성들이 트럼프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주장을 했지만 대중들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참고로 트럼프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은 아니라고 트위터에다가 말하고 다닌 걸로 유명하다. 

천재 정치 컨설턴트인 로저 스톤은 미국 대중이 원하는 바가 무언지 바로 간파했다. 특히 백인 노동자 계층이 무엇에 화가 나 있는지 알아내고는 트럼프에게 이와 관련하여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원래 트럼프는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기에 트럼프가 선거 운동 기간에 쏟아낸 말은 거의 다 로저 스톤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원래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 아니었던 터라 아마도 트럼프 자신도 자신 보다 더 로저 스톤을 분명히 더 신뢰했을 것이다. 

로저의 법칙 : 정치는 원래 쓰레기들이 하는 것이다

어차피 로저 스톤은 정치판이 원래부터 더러웠고 점점 더 흙탕물이 되어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말이다. 어찌 보면 그는 머리가 굉장히 좋은 악당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은 머리가 나쁘거나 치밀하지 못해서 마지막에 멸망하고 마는데 로저 스톤은 악당이지만 머리까지 비상하게 좋은 사람이라 닉슨부터 트럼프 시대까지 살아남아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대단한 인물이다. 

하지만 문제라면 이러한 악당들 덕분에 미국의 정치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심각하게 말이다. 

누군가는 대통령 하나가 무얼 바꿀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보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왕이나 유명인사를 위주로 역사를 공부한다. 우리가 나폴레옹의 이름을 왜 외우고 있으며 알렉산더 대왕을 왜 기억하겠나. 지도자는 나라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수장이 한 나라를 다스리고 이를 넘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 하나가 무얼 바꿀 수 있냐고 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프레임을 우리에게 강요할 뿐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리 고민하지 말고 감정적으로 투표하라고 말이다. 이성적으로 할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지도자를 뽑을 때에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생각해야 한다. 감정을 가지고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입에 들어갈 일을 걱정하면서 감상에 빠지면 무슨 소용인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내 지갑에 얼마나 돈이 들어올지 일반 대중들이 알게 된다면 더 신중한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실제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미국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의료보험 시스템 지원을 무자비하게 삭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힘들여 세운 공을 하루 아침에 무너 뜨린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시민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서민들을 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하며 트럼프를 지지한다. 미국 대중들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수준이 되었다는 말이며 이는 그 사람들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지만 대중들은 개 돼지 취급하는 언론과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역사는 리더만 기억한다

하지만 노련한 악당 정치인들은 여전히 무식한 사람들에게 속삭인다. 

어차피 대통령 하나 바꿔도 크게 바뀌는 것도 없고 아무 소용 없으니 대충 고르라고 말이다. 트럼프나 힐러리나 거기서 거기라고 말이다. 사실 둘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트럼프를 고른 미국인들에게 밝은 미래가 기다리지 않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을 망하게 하고 있으나 로저 스톤은 언제나 뻔뻔하고 자신감 넘친다. 마치 자신이 죽기 전에 미국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역시 나중에 역사에서 미국의 정치를 나락으로 떨어 뜨린 사람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로저 스톤이나 미국 정치에 대해 깊이 있는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트럼프와 미국정치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한 번 정도는 감상해도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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