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다양한 오리지널 영화와 드라마로 유명하지만 내가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때문이다.
최근 오스카 장편 다큐멘터리 수상 작품의 경향성을 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많은데 기본적으로 넷플릭스가 오스카 레이스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긴 하지만 재미와 작품성이 없이는 오스카 상을 수상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보았을 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의 수준이 최근 들어 급격히 높아졌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천문학적인 돈을 다양한 콘텐츠에 투자하는 넷플릭스
물론 이렇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의 수준이 높아진 건 다름 아닌 넷플릭스가 투자하는 자본의 힘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전략적으로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다큐멘터리 분야에 어마무시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가 창의성의 영역이라 결과물이 호불호가 갈린다면 다큐멘터리 영역은 워낙에 인재는 많고 돈이 없는 영역이었던 지라 넷플릭스의 도움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감상하게 된 거대한 해킹 이라는 다큐멘터리 역시 내가 최근 본 다큐멘터리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인데 다큐멘터리 소재가 영국과 미국을 오가야지만 찍을 수 있는 내용인지라 넷플릭스에서 경비 처리를 해주지 않으면 촬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역시 자본의 힘은 이럴 때에 중요하구나 싶기도 하다. 참고로 영국과 미국은 절대 가까운 나라가 아니며 아무리 비행기 값이 저렴하다고는 해도 저렇게 내부고발자들을 따라 다니며 르포 형식으로 다큐를 만드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 제목은 GREAT HACK 한글 제목도 거대한 해킹 으로 해킹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해킹 보다는 정확히 말해 DATA RIGHT 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글로 어색하게 번역하면 정보 권리 인데 그보다는 자신의 개인 정보를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권리로 풀어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구글,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 왓츠앱 등등 이 중에서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현대인을 찾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경우를 보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아무리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구글의 검색은 이용할 것이며 자신은 한국인이라 구글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네이버 검색을 평생에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는 너무 어려운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네이버나 구글 검색창에 오늘 먹고 싶은 음식을 검색한다고 치자.
예를 들어 오늘은 갑자기 중화요리가 먹고 싶어서 짜장면을 검색해 보았고 그냥 짜장면 사진이나 먹방이 보고 싶어서 검색을 해보았을 뿐인데 다른 어플에서 갑자기 광고로 짜장면 배달 어플 프로모션이 뜬다고 생각해 보라. 사실 이런 일은 이제 너무 비일비재해서 놀랍지도 않다. 분명 다른 어플인데도 내가 무슨 내용을 검색했는지 알고 있는 듯한 타겟 광고는 이제 식상할 정도로 흔한 수준이다.
나의 검색 정보를 이용해서 나에게 정확히 조준하여 광고를 하는 건 이제 애교 수준으로 봐야 할 정도로 우리 모두 익숙해지고 있다. 특히나 이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을 보고 나면 광고만을 위해 내 개인정보를 이용했다면 이런 거대 정보 기업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까지 조작하는 소셜미디어
거대한 해킹을 보고나서 소름이 끼치는 부분은 이러한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내가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무료로 제공했던 나의 정보를 이용하여 광고 만이 아니라 결국에는 나의 가치관 과 정치 신념까지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의 가치를 조작할 수 있는 걸까?
일단 영화에 나온 전략을 간단히 말해 보면.
모두가 페이스북을 이용하지만 모두가 페이스북이 우리를 조작할 만한 정보를 페이스북에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누군가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페이스북에 오래 머무르기는 하지만 좋아요나 다른 기타 활동을 하지 않고 눈팅만 할 수도 있다.
최근 페이스북은 좋아요 기능을 넘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데 이는 우리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될 지라도 그들에게는 정보를 세분화 하는 데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는 기사에 누군가는 좋아요를 누를 수도 있으나 누군가는 싫어요 를 누를 수도 있고 아니면 무서워요 를 누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은 자동적으로 나의 정치 성향이나 신념 그리고 가치관까지 자동으로 저장하기 더 쉬운 시스템으로 점점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 만으로도 우리의 정치 신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가족의 사진을 보는 창구가 아니던가. 최근 들어서는 뉴스나 정보 피드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영국에서 온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트럼프의 재선을 위하여 설문 조사를 하나 개발한다. 이 설문 조사를 하게 되면 자신의 정치 성향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연합 전선을 구축한 트럼프 대선 전략팀에게 정보가 가게 되며 여기에는 페이스북도 긴밀하게 협의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페이스북 과 마크 주커버그
이들은 무작위로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사람당 정보 포인트 라는 걸 만들게 되는데 이를 기반으로 그 사람의 정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그 사람과 친구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서도 온갖 정보를 빨아 들인다. 그럼 이럴 동안 페이스북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 하면 어이없게도 트럼프 대선팀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함께 협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페이스북 유저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알게 모르게 트럼프의 재선에 어마무시한 도움을 준 셈이다. 이런 거대 정보 기업이 오로지 이익 만을 생각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최악의 결과가 트럼프 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다.
정치성향이 애매한 중도층을 공략한 트럼프 대선팀
게다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가 공략한 사람들은 확실하고 확고한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중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는데 어차피 트럼프를 찍을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트럼프를 찍을 것이고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트럼프를 찍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점을 미리 간파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유동층을 집중 공략했고 그들에게 트럼프에게 유리한 광고 보다는 힐러리에게 불리한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한다. 어차피 트럼프는 그닥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다 보니 트럼프를 칭찬해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기 보다는 힐러리를 감옥으로 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게 더 쉬웠기 때문이다.
분명한 가짜 뉴스이지만 사람들은 가짜 뉴스에 열광하고 자극적인 정보에 반응하는 경향성이 있다. 우리나라도 보면 문재인이 나라를 망친다라는 헛소리와 기사를 클릭해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정작 나라는 망치는 건 그런 가짜 뉴스와 기사를 내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가짜 뉴스를 전략적으로 이용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가짜 뉴스의 파급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미국 대선 전에도 브렉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었고 다른 여러나라에서도 가짜 뉴스와 캠페인을 적극 활용하여 성공시킨 전력이 있다.
특히나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하지 않은 나라들을 상대로 이런 일을 저질렀는데 법제도와 관련해서 가짜 뉴스에 대한 처벌이 미미한 나라가 많기 때문에 그 어떤 제재 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이러한 가짜 뉴스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영화에서 나온 사례는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선거 운동 이었는데 이는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 있기에 따로 언급하려고 한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인도인과 흑인들이 많이 사는 나라로 전형적으로 이 둘의 정치 집단이 나라를 지배하고 분열하는 나라 중 하나다. 인도인 정치 집단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정치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 이들이 들고나온 운동이 바로 DO SO 운동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에게 투표를 하지 말라고 독려하는 운동으로 정치에 신물이 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화제가 되었고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들은 유투브 영상이나 홍보물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유포하기 시작했고 선거날 당일 젊은이들은 실제로 선거를 하지 않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인디안 정치 집단의 압승이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인디안 젊은이들은 부모의 말을 거역할 수 없기에 DO SO 운동에 호응을 하긴 했으나 선거날 기권을 하지 않았던 반면 부모의 억압이 상대적으로 덜한 아프리카 젊은이들은 실제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만든 정치 운동의 효과로 인해 정말 선거를 하러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를 막지 못하면 민주주의의 미래는 없다
최근 독일은 가짜 뉴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그만큼 가짜 뉴스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라 보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 역시 가짜 뉴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가짜 뉴스보다 더 무서운 건 바로 요즘 유행하는 딥 페이크 기술이다. 그냥 뉴스로 나오는 가짜 정보도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얼굴을 바꿔치기하여 동영상으로 만들어 그걸 유포한다고 생각해 보라.
예를 들어 힐러리의 얼굴을 한 사람이 동영상에 나와서 모든 흑인을 죽이고 화형시키자 라는 동영상을 만들고 그걸 누가 유포 시킨다고 생각해 보자.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라면 힐러리는 무서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며 그러한 끔찍한 이미지는 아무리 가짜 뉴스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뇌리에 깊게 박힐 것이다. 단순히 가짜 뉴스인 것도 모자라 그러한 이미지는 사람의 무의식에 깊게 박혀서 실제로 선거날에 그 사람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다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멀리 하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당장에 하지 않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소셜 미디어와는 관계를 끊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으며 더욱더 깊게 연관된 삶을 살고 있다. 친구도 페이스북으로 사귀고 커뮤니티도 페이스북 안에서 기능한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모습을 올리고 일기를 쓰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너무 지나치게 표현하는 건 지양했으면 좋겠다. 적극적으로 좋아요나 싫어요 를 누르지는 말기를 바라며 의미없는 설문조사를 아무 생각없이 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한 정보가 나에게 유익하게 쓰이기 보다는 나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수단이나 기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며
앞으로 이러한 정보 기업들이 우리의 정보를 이용하여 무슨 짓을 벌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 조차도 이들이 과연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상상도 못할 따름이다. 단지 우리가 평소에 준비하고 우리의 정보 권리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가짜 뉴스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한다면 이러한 정보가 오용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특히나 가짜 뉴스는 브렉시트를 성공시키고 트럼프의 당선을 가능하게 한 만큼 그 폐해가 심각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해서는 절대 아니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소셜 미디어를 안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으나 그러지 못하다면 최소한 이용을 자제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
지금으로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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