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셰프의 예능감 만큼은 인정.
흑백요리사가 워낙에 인기가 많다 보니 사소한 지점에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 동안 요리 경연 예능이 거의 전무하기도 했었고 인기가 많았던 한식대첩 같은 요리 예능 조차 방영을 안 한 지가 꽤 되다 보니 대중들이 이런 정석 요리 경연 예능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로 완성도가 높게 만들면 아무리 요리 경연 예능이 많았다고 한들 무조건 화제가 되었을 거다.어제 공개된 팀전에서는 생선팀과 고기팀으로 나누어 경쟁을 펼치게 되었는데 알다시피 심사위원은 백종원과 안성재를 포함한 100명의 미스터리 일반인 심사단이었다. 특별히 나이를 배분해서 뽑은 거 같지는 않고 남녀 정도는 배분해서 100명을 채운 것처럼 보인다. 미식가들도 아니고 맛집 블로거나 유튜버들도 아닌 그야말로 랜덤으로 100명을 골라온 거라 요리 대결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전략이 필요한 지점이었다.
우승팀은 고기에서는 흑수저 그리고 생선에서는 백수저였다.
가만히 보면 둘 다 공통점이 있다.
메뉴 자체가 대중 입맛을 겨냥했다는 점이다. 흑수저 고기팀은 육전이라는 대중들이 친숙한 소재를 중식으로 풀어내었으며 백수저 생선팀 역시 미역국이라는 대한민국 국민이 살면서 무조건 한 번 이상은 먹어봤을 익숙한 음식을 중심으로 미션을 풀어 냈다. 흑수저 고기팀 리더 트리플스타 이야기도 따로 하겠지만 나는 백수저 생선팀 리더인 최현석도 머리가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해 내었다고 본다.
음식 맛이나 레스토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던데 예능감 에서만큼은 백수저 중에서 단연코 최고라고 할 만하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흥행할 때에도 찰진 퍼포먼스로 화제가 되었는데 그 당시에도 예능감 만큼은 좋았고 본업도 잘 해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고 호불호가 거의 없는 유명 요리사 중 한 명이라고 볼 수 있다.
특이한 건 냉부해로 나름 유명한 오세득과 박준우 셰프가 그야말로 흑수저와의 대결에서 비중도 별로 없이 광탈을 했다는 거고 미슐랭 스타를 받은 셰프들도 흑수저와 대결에서 힘을 쓰지 못한 걸 보면 요리사는 역시 유명세 보다는 맛으로 승부해야 된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현석은 흑수저와의 대결에서도 이기고 팀전에서도 난다 긴다하는 명장들을 제대로 리드하면서 리더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에드워드 리가 관자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제시했을 때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승리로 보답하면서 리더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난 에드워드 리의 의견에도 동의하지만 심사위원이 맛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전략을 세운 최현석 셰프가 감은 더 좋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초반에 해산물 식재료를 흑수저 보다 싹쓸이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린 거 같기는 한데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 한다면 세상에 공정한 게임은 없고 한정된 재료를 준비한 것도 제작진의 의도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전혀 놀랍지 않은 부분이었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 흑수저가 여유롭게 대처한 게 오히려 조금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막말로 요리는 재료가 전부라는 걸 생각해 보면 흑수저의 대처는 두고두고 아쉽기는 하다.
정말 대회를 진지하게 고려했다면 백수저가 움직일 때 흑수저도 바로 움직였어야 된다고 본다. 백수저가 만만한 팀도 아니고 이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다가는 재료를 다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현석 셰프가 치사하게 거의 모든 재료를 독점했다는 측면이 있긴 하고 이건 분명 고기팀과 다른 부분이긴 해서 제작진이 이런 걸 정확하게 고려했는지는 좀 의문이긴 하다. 100인분을 만들면서 재료가 조금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최현석이 만약 나의 리더라면 이보다 괜찮은 리더는 없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경연 예능 경험이 워낙에 많다 보니 재료부터 선점하고 파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 부터는 얼굴에 철판 깔고 흑수저 팀에서 파를 구하러 다니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내가 만난 리더들은 보통 자기가 하기 민망한 일은 거의 다 아랫사람을 시키고 일상적으로 보통 리더가 다 그런데 최현석은 욕을 먹을 걸 뻔히 알지만 거의 빌다시피 하며 파를 얻으러 다녔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 어쩌다 보니 서비스가 굉장히 늦어지게 되었고 손님들이 폭발하기 직전까지도 숨어서 나오지 않던 리더가 떠오르기도 했다. 거짓말 안 하고 모든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손님 앞에서 얼굴 한 번 들이밀지 않고 다 해결되고 나자 본인이 제일 힘들었다는 얼굴로 모두 다 해결되어 좋았고 고생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면상을 한 번 후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여러모로 일이라는 걸 해보면 알겠지만 어려운 일 앞에 뒤에서 숨는 리더는 정말 최악이다.
그래서 최현석 셰프를 칭찬하는 글이 트위터에 유독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 만약 최현석 셰프의 행동이 진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사회 경험이 거의 없거나 진상 리더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일 테다. 최현석 같은 사람이 상대팀 리더라면 최악의 수 겠지만 내 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에 반해 흑수저의 리더 불꽃남자는 리더의 존재감이 거의 전무한 사람이었다.
팀 리더가 팀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경청하는 건 좋으나 의견을 정리해서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이 저 정도로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면 팀원들 역시 흔들리기 마련이다. 본인이 책임을 지는 자리인 만큼 리더의 몫을 해줘야 하는데 불꽃남자는 리더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해 보면 알지만 저런 사람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리더 중 한 명이다. 그나마 흑수저 팀원들의 개인 능력치가 워낙 좋아서 이 정도의 결과물을 낸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대참사가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현석 셰프의 개인 능력에 대해서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지만 리더의 능력 만큼은 인정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파가 부족하다는 걸 알자마자 본인이 먼저 움직인 거 자체가 나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사회 생활 해보면 알지만 진상 리더가 아니어도 힘든 일은 거의 다 팀원들을 시키는 사람이 정말 많고 파 하나 정도 얻어오는 거야 큰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리더가 정말 한 트럭이다.
최현석 보면 예능 짬바가 어디 안 가는 거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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