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용미로 끝난 역대급 요리 예능
이런 저런 불만 사항도 많이 나오고 우승자가 나오고 나서 말도 참 많은 예능인데 그래도 재미 면에서만 따지자면 이 정도로 집중해서 본 경연 예능이 없었던 터라 개인적으로는 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흑백요리사였다.일단 우승자는 다들 알다시피 나폴리 맛피아 님이다.
흑백요리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참가자 두 명 중 한 명인데 나머지 한 명은 트리플스타였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결승전도 오히려 트리플스타가 올라갔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에드워드 리가 스토리 텔링을 워낙 잘해서 시청자들은 물론 심사위원들도 넘어간 것으로 보이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심사위원들에게 안대를 씌우면서까지 맛으로만 평가했던 흑백요리사여서 스토리 텔링에 넘어간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다.
에드워드 리 요리가 물론 훌륭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분은 음식에 대한 본질보다는 너무 본인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에드워드 리가 대단한 걸 떠나서 나는 이 부분이 조금 불편하기까지 했다. 일단은 다 떠나서 맛으로만 평가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일단 가장 대중적인 감성을 가진 백종원은 희한하게 참치로 비빔밥을 가지고 나온 에드워드 리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던 걸 생각해 보면 확실히 대중적인 취향을 가장 잘 읽는 사람은 백종원이구나 싶었다.
그런 면에서 심사위원 안성재와 백종원은 완벽한 균형 감각을 보여준다.
한 사람은 맛 그 자체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는 사람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대중적인 입맛에 음식 자체의 맛도 맛이지만 그 뒤에 깃든 이야기에 더 방점을 찍는 사람이라는 점이 재미 포인트였다고 본다. 이 두 사람이 심사위원이었기에 프로그램 자체가 더 재미있었는데 아무래도 백종원이 더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이기에 안성재도 마지막에 에드워드 리와 트리플스타를 뽑을 때 백종원의 의견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둘 다 막상막하였으나 맛으로만 승부했다면 단연코 트리플스타가 1등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에드워드 리는 결선에서 디저트를 들고 나왔다. 나는 이게 좀 실수라고 보여지는데 차라리 메인 요리를 들고 나왔으면 일대일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조금 애매한 떡볶이 디저트를 결선 요리로 들고 나온 거 자체가 너무 자기 만의 이야기에 심취해서 상황 판단을 잘못한 거라고 본다.
트위터나 온라인 커뮤니티 보면 에드워드 리의 스토리텔링에 눈물 줄줄 흘리는 사람 천지인데 나는 애초에 그런 감정에 공감을 잘 못 하는 사람인 터라 에드워드 리의 스토리텔링에 대단하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이게 맛을 방해하는 상태에까지 갔다면 조금 자제했어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메인 요리를 들고 나왔으면 한 번 더 대결을 펼치면서 막상막하의 대결이 되었을 텐데 너무 안일하게 떡볶이 디저트를 들고 나오면서 오히려 심사위원들은 심사하기가 더 편했을 거다.
그에 반해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는 한 접시 안에서 거의 모든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누가 보면 과하다고 할 수 있으나 본인의 필살기를 거의 다 써서 요리를 내왔다. 안성재가 최근에 먹어본 양고기 요리 중에서 베스트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완벽했는데 에드워드 리의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백종원 마저도 두손두발 들게 만들 만큼 압도적인 요리였기에 이 상황에서 에드워드 리에게 손을 들어주기가 누가 봐도 애매했다.
에드워드 리의 이민자 스토리는 흥미롭긴 한데 이걸 후반부에 너무 반복적으로 들려주다 보니 나는 조금 질리는 감도 없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시청자들이 이 정도로 감동하고 하는 걸 보면서 조금 의아했을 정도다. 내가 오히려 이런 대중적인 감각이 없다 싶었는데 에드워드 리는 대단한 요리사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확실히 훔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냉정한 맛의 승부에서는 권성준 셰프의 높은 벽을 넘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요리 대결 역시 정말 맛있는 음식을 하는 사람을 뽑는다기 보다는 누군가를 떨어 뜨리기 위한 경쟁처럼 보이기도 해서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경연 포맷을 조금 바꾸었으면 한다. 이야기가 많이 나온 팀전은 물론 준결승전도 이런 방식으로하기 보다는 차라리 누적 승률로 해서 올림픽 사격 경기처럼 일정 기준 점수 이하면 탈락하는 방식으로 하면 좋을 듯하다.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반면 경기 룰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이에 대한 실망스러운 많았던 점을 제작진이 다음 시즌에는 적극 반영하길 바란다. 이 정도로 흥한 예능이 별로 없었기에 무난하게 시즌2가 나올 듯한데 공정성은 지켰으나 경기 규칙이 좀 허술해서 말이 많이 나온 만큼 그 부분에 있어서 제작진들이 짱구를 많이 굴려야 한다는 게 나의 의견이다.
그래도 나는 나폴리 맛피아가 이길 만한 인재이며 본인의 말대로 집과 레스토랑만 오가는 생활을 거의 10년 동안 하시는 거 같은데 본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도 멋지지만 확실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본인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요리를 내는 모습도 진정한 셰프처럼 보였다.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도 멋진데 그보다 더 멋진 건 바로 자신감인데 이게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고 본인의 실력에 대한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이어서 더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재미는 대단했으나 경기 방법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던 만큼 후속 시즌을 다시금 기대하게 만든다. 심사위원은 그냥 이대로 갔으면 좋을 듯하고, 출연진들을 다시 섭외하는 게 관건이긴 한 거 같다. 그러나 흑백요리사에 나온 레스토랑이나 식당들이 초대박이 나는 걸 보면서 출연하고 싶어 안달인 셰프들이 많을 거 같아서 섭외 걱정은 전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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