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럴 수가 있나
역시나 1990년대에 벌어진 사랑스러운 소녀 존베네 램지 살인 사건.이 사건이 특이한 건 집 안에서 소녀의 시체가 발견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부모에게 남겨진 납치범의 메시지가 집안에 있었고 이후 집을 수색하던 아버지가 주검이 된 딸을 발견하면서 미국을 뒤흔든 사건으로 발전하게 된다. 납치 사건인데 당일 시신을 발견한 독특한 사건으로 나중에는 부모가 살인범으로 몰려 난리가 나기도 했다.
부모는 나름 억울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할 듯한데 사건의 정황만 놓고 보면 경찰이 부모를 의심한 게 다소 이해가 되면서도 이후의 행태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들기 마련이다. 일단, 경찰은 처음부터 부모를 범인으로 염두에 두고 모든 증거를 거기에 맞추느라 정작 중요한 증거는 다 놓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진범을 잡는 데에 시간을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 지나간 시간 동안 오직 부모에게 관심을 집중하느라 이 사건의 핵심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 했고 그러한 기간 동안 부모는 피가 말라가고 재산마저 다 잃었다. 자신의 친 딸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돈을 쓴 게 아니라 자신들이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돈을 쓰다 보니 정작 부모 역시 딸의 범인을 찾는 데에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못 한다.
아동 학대 사건에서 주로 범인은 부모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존베네 램지 사건은 좀 특이하다고 봐야 한다. 존베네 램지는 부유한 가정 안에서 사랑 받고 자랐고 존베네는 미인 대회까지 나갈 정도로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영상을 보면 알지만 의상의 화려함은 물론이고 저 많은 의상을 갈아 입히려면 부모의 재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특히 존베네 램지의 담당 소아과 역시 평소 존베네 대한 아동 학대 소견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평소에 학대 정황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부모가 아이를 죽였다고 단정 짓고 수사를 하는 것도 모자라 먹잇감을 위해 모여든 하이에나같은 언론인들에게 존베네 램지 사건의 핵심 용의자는 부모라는 걸 공공연하게 흘리기도 했다.
경찰과 언론은 공범이다.
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게 바로 이 부분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볼더 지역 경찰들은 이 다큐멘터리에 나오기를 거절했으나 사실 나와도 할 말이 있었을까 싶기는 하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당시 자극적인 기사로 램지 가족을 괴롭힌 언론인들이 나와서 자신들도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던 거였다.
도대체 정신이 있나 싶은데 생각해 보면 저 정도 뻔뻔함이 아니면 저런 기사를 쓸 수 없겠다 싶긴 하다. 애초에 양심의 가책이라거나 진실을 보도한다는 개념조차 없는 언론인들이니 그저 경찰이 불러주는 대로 기사를 쓰며 램지 가족을 지옥으로 빠뜨린 거 아니었을까. 사실 언론도 언론이지만 경찰들 역시 이 사건의 또 다른 가해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루 스미트라는 저명한 경찰이 와서 이 사건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 주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볼더 경찰들은 이 조언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루 스미트의 조언을 참고하여 사건을 다른 방향에서 수사했다면 조기에 범인을 잡을 수도 있었을 이 사건은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을 애꿎은 부모만 괴롭히며 질질 끌게 되었고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다. 이보다 형편없는 경찰들은 그동안 범죄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보긴 했으나 이토록 피해자 가족을 괴롭힌 경찰은 또 처음이라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경찰의 역할은 무엇인가.
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저 사건만 해결하면 되는 것인가. 애꿎은 사람을 가해자로 몰아 넣고 그걸로 돈벌이까지 하려는 경찰이 과연 경찰이라고 할 수 있나. 지금은 다행히도 램지 가족들이 부유하게 살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멍청한 언론들과 경찰로부터 합의금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의 수사를 맡은 멍청한 경찰관이 존베네 램지 사건의 가해자가 부모라고 주장하는 책을 썼다가 소송을 당했고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무마되었다. 그 이후 유명한 방송사에서 존베네 램지의 3살 많은 오빠인 버크 램지가 존베네 램지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방송 영상을 만들어 송출한 이후 다시 소송을 당해 램지 가족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은 법정 합의금이 어마무시하기에 이러한 소송을 통해 그래도 경제적인 보상을 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게도 딸을 죽였다고 의심을 받은 친어머니는 결국 암투병을 하다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게 된다. 딸을 잃은 슬픔으로도 힘든 삶을 살았을텐데 경찰과 언론으로부터 딸을 죽인 살인범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병이 든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마도 볼더 경찰은 자신들의 멍청함을 끝까지 인정하기는 싫었을 테고 자신의 무능력함은 죽기보다 납득하기 어려웠기에 끝까지 존베네 램지 사건의 범인을 부모로 몰아 세웠으나 증거가 턱없이 부족했기에 결국 기소조차 하지 못하고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고 사건은 흐지부지 된다. 그 이후 당연히 이들은 진범을 잡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이후 기자에 의해서 유력한 용의자가 잡히긴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가 일치하지 않아 몇 명이 풀려나지만 이 유전 정보 역시 많이 오염되었기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걸 보면 도대체 수사를 얼마나 엉망으로 한 건지 답답할 정도다.
범인이 아주 치밀하고 주도 면밀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초동 수사만 제대로 했다면 범인을 잡는 거 자체가 그리 어려운 사건은 누가 봐도 아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헛발질을 하고 바보짓을 몇 년이나 지속하면서 사건을 해결할 시간을 다 날려 버렸다. 램지 가족이 볼더 경찰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지 않은 게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 나라도 보면 경찰이나 검찰의 바보 짓으로 인해 진범이 나중에서야 잡히고 억울하게 잡힌 사람들이 수십년의 시간이 지나 풀려나는 일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경찰이나 검찰을 강하게 처벌하는 법안이 필요해 보인다. 이들의 수사권보다 더 중요한 건 한 사람의 인권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램지 가족은 강인한 사람들이어서 버틴 거지만 만약 나였다면 이미 홧병이 나서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자 가족과 함께 범인을 찾아도 모자랄 경찰이 가장 어이없는 짓을 했으니 평생토록 비판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다. 볼더 경찰은 아마 이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어마무시한 비난을 받겠지만 인과응보라고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 들이기 바란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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