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
인공 지능과 자율 주행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여전히 인간은 홍수와 폭풍 그리고 가뭄 앞에 속수무책이다.심지어 한 시간 만에 내린 비로도 작은 도시 하나가 초토화 된다. 인공 강수를 한다고 하던 중국은 그 후폭풍을 제대로 맞고 있다. 자연 재해는 대부분 인재와 결합되지만 쓰나미는 조금 다르다. 당시 쓰나미가 일어난 인도양은 제대로 된 경보 시스템도 없었다고 하는 걸 보면 그만큼 재해에 대해 인간은 무지했고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저 당시의 일을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 한다.
한국에는 크게 영향이 없었기도 하고 한국인 피해자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연말에 스키를 타러 가지 여름을 즐기러 가지는 않는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인 이유도 클 듯한데 내 주변에서도 연말에 더운 나라 가서 더위를 즐기는 사람을 그다지 보진 못 했다. 하지만 쓰나미의 충격파를 받은 지역은 민간인들이 살던 마을도 많았으나 기본적으로 서구권 관광객들이 많았던 해변 휴양지 역시 있었다.
냉정히 말해 아시아인들만 피해를 입었다면 이 사건이 이 정도로 기사화되지는 않았을 텐데 연말인 데다가 크리스마스 성수기 다음날 일어난 재난이어서 아직까지도 회자가 되고 있다. 이후 많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그만큼 극적인 일들이 많아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건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당시 일어난 쓰나미를 기록한 영상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시리즈 물로 만들었다.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이고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지인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지만 그래도 영상이 남아 있어서 그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도 영상으로 보면 소름이 돋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쓰나미 역시 소름끼치기는 매한가지다. 자연 재해 앞에서 인간은 그저 먼지보다 못한 존재이며 사람의 목숨이 질기다고는 해도 자연 재해 앞에서는 폭풍 속의 촛불과도 같은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아마 쓰나미가 일어나기 1분 전까지도 자기가 오늘 죽을 거라고 생각한 사망자들이 있었을까. 단언코 한 명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생각보다 멀리 아니 상상보다 가까이 있다. 그러하기에 내일보다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을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제대로 된 경보 시스템도 없었기에 피해가 더 컸다고 보여지는데 아무래도 해변이라서 경보 시스템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 많은 사람들이 바로 고지대로 이동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서 사망자가 많았을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보다 보니 과거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부모님은 어린 시절 어린 우리를 데리고 산으로 계곡으로 여름 휴가마다 놀러를 다니셨는데 그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그래도 없는 집안 사정에 자녀들에게 자연을 보여 주려고 나름 노력은 하셨구나 싶어 감동할 때가 있다. 계곡이나 강 주변에서 잘 경우 숙박 업소를 가기 보다는 텐트를 치고 주변에서 잠을 청할 때가 많았다.
한 번은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에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있었는데 새벽에 부모님이 깨워서 나가보니 생각보다 강물이 많이 불어나 있어서 새벽에 급하게 텐트를 철수하고 차로 이동한 기억이 있다. 그래도 부모님은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지켜보고 계셨던 거였다. 우리 부모님은 지금이나 그때나 술을 전혀 안 드시는 분들이었는데 만약 평범한 부모같았다면 그 상황에서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대참사가 벌어졌을 거다.
쓰나미로 살아 남은 사람들도 있고 죽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운명을 가른 건 어찌 보면 운이라고 생각한다. 샤머니즘 관점에서 보자면 누군가는 살 운명이었고 누군가의 생은 딱 거기까지였다.
다큐멘터리 자체는 기승전결이 있는 게 아니라서 자극적인 재미가 없기는 하지만 당시 정황과 살아 남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얼마나 무서운 재난이었는지 알게 된 재미보다는 교훈의 의미가 더 강해서 호불호가 조금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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