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이상으로 재미있는 풍향고
뜬뜬 채널을 항상 애정하는 건 아니다.그러나 풍향고에 대한 기대감은 있었다.
나영석 사단에서 있다가 나간 PD들이 만든 게 바로 핑계고인데 황정민의 한 마디로 시작된 풍향고는 그야말로 너무 재미있어서 놀라울 정도다. 2시간이나 되는 시간이 이 정도로 빨리 흘러 간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였다.
유튜브가 예능을 먹어 삼킨지가 오래지만 풍향고는 단연코 핫하다.
기획력도 좋지만 일단 재미가 있다.
어플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점 역시 마음에 들었다. 요즘 해외 여행 가시면 다들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데 시간도 절약해 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실패 확률도 줄여준다. 재미없고 맛없는 곳을 방문할 기회가 줄어 들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새롭고 낯선 곳을 방문한 기회 역시 박탈당한다고 보는 게 맞다.
나는 승무원 생활을 오래한 터라 와이파이가 있던 시절과 없는 시절로 나뉘는데 확실히 와이파이가 자유로우면 이런 저런 검색을 해서 목적지로 바로 가지 여기저기 탐색을 하면서 시간 낭비를 하질 않는다. 하지만 우연히 들어간 사람 전혀 없는 레스토랑에서 의외의 산해진미를 맛 볼 기회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던 데만 가다 보니 어딜 가도 항상 사람이 많다.
모두가 실패하기를 극도로 꺼려하다 보니 맛집이나 명소로 몰리게 되고 그 안에서 몇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 마디로 시간을 허송세월 날린다. 그런 의미에서 풍향고는 실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만든다.
사업 실패나
수능 실패도 아니고
여행에서 맛집이나 명소 하나 정도 실패하는 게 뭐가 그리 대수일까. 아니 오히려 그런 실패에서 오는 재미가 확실히 있다. 풍향고 초반에 나온 치즈 케이크 맛집을 베트남에 여행 가신 분들이나 현지 교민 분들이 방문하고 나서 생각보다는 맛이 없다는 후기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걸 본 적이 있다.
나는 이런 걸 보면서 와 한국 사람들 정말 지독하다 싶었다.
풍향고에 나온 그 어떠한 분도 치즈 케이크가 천상의 맛이자 이 세상 어느 치즈 케이크보다 맛있다고 이야기하질 않았다. 그저 맛있고 괜찮다라고 이야기만 한 건데 그걸 물고 늘어지면서 한국에서 제대로 된 치즈케이크를 맛 보라고 하는 인플루언서들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이들은 풍향고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아예 없거나 관종짓을 하느라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지석진을 본다.
나이가 제일 많으나 가장 정열적으로 활동하며 말 그대로 가이드처럼 역동적이다. 황정민이 같이 여행하기에는 조금 지치는 스타일이라면 지석진은 같이 여행 한 번 해보고 싶은 스타일이다. 고집이 강한 것도 아니고 남의 의견을 안 듣는 것도 아닌 데다가 행동 역시 재빠르다. 말보다 행도이 빠른 어른은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지석진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황정민의 존재 덕분에 지석진의 존재 의미가 더 커지는 바도 있어서 이 조합이 너무 사랑스러울 뿐이다. 유재석은 그 둘을 보면서 웃겨 죽는 게 보이고 양세찬 역시 막내의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 형들이 서운할라치면 바로 들어가서 치고 빠지는 게 성격도 좋지만 확실히 노련해 보인다.
아직 2회차 정도가 남아 있는 듯한데 아마 뜬뜬에서 런칭한 역대급 여행 예능이 되지 않을까.
아마 이후 비슷한 유튜브 웹 예능이 많이 나오겠지만 풍향고를 능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일단 배우 황정민을 데리고 간 거 부터가 레전드였다. 지석진의 발견이기도 했으나 이 프로그램 자체는 이 네 명의 조합이 아니면 이 케미가 나올 수 없기에 시즌 2가 나와도 꼭 이 네 명의 멤버로 가거나 배우 이성민 정도만이 합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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