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핀란드 셋방살이 이게 왜 재미있지?

 역시 예능은 PD가 핵심

이세영 PD를 기억하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예능은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기준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무조건 PD의 역량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 나라처럼 예능을 잘 만드는 나라에서는 크리에이터의 역량이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한국의 예능 만드는 실력은 이미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호령할 정도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예능들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넷플릭스 예능이 다른 방송사 예능보다 더 재미있고 신박해서 라기 보다는 애초에 예능 pd들의 능력치가 워낙 좋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나영석 등장 이후로 여행 및 힐링 예능의 유행이 봇물처럼 시작되었고 지금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비슷한 예능은 거의 다 나영석 사단이 만든 예능의 냄새가 난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예능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나영석은 대단한 사람이긴 한데 그가 키워내는 모든 pd의 능력치가 다 좋은 건 아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 공개가 된 삼시세끼 라이트 편은 그야말로 망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초반에 화제성이 좋긴 하였으나 이후로는 화제성도 없고 정작 재미도 없었다. 이 정도로 심각하게 재미없는 예능이 과연 얼마만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서진이네2가 워낙 재미있어서 나도 매주 챙겨 보긴 하였는데 4화 이후로는 본 기억이 없다. 

유해진과 차승원을 데리고도 이 정도 재미를 준다면 pd일이 자신에게 맡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한다. 원래 예능이 아무리 재미없어도 pd 비난을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나인데 삼시세끼 라이트 편은 심각할 정도로 무료하고 심심해서 시말서를 써야 되는 정도가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영석 사단의 예능 중에서 나영석이 전면에 나온다고 해서 나영석이 다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건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실제로도 나영석은 이제 자신이 편집하고 연출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나영석의 뒤에 있는 피디의 역량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할 시간이다. 서진이네2가 대박이 나서 기분이 좋았겠지만 삼시세끼 라이트의 실패는 뼈저리게 다가올 만하다.

그렇게 시작된 핀란드 셋방살이 역시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 독점하던 금요일 밤 예능 시간대를 그대로 물려 받았다. 나영석 사단의 작품은 아니지만 여행과 힐링이라는 부문에서 나영석의 잔향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예능이었다.

이제훈

이동휘

곽동연

차은우

이 네 명의 조합도 특이했으나 핀란드에서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간다는 거 자체가 지금까지 보기 힘든 예능이긴 했다. 무언가 조금 궁금해서 이세영 pd의 전작을 살펴 보니 정글의 법칙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핀란든 셋방살이에서도 자급자족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차은우는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 적도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도 흔쾌히 출연을 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여행을 가서 자급자족으로 생활하는 건 텐트 밖은 유럽에서도 볼 수 있었으나 핀란드 셋방살이는 보다 더 본격적이다. 특히 그냥 연예인들이 시간 만들어서 가볍게 유럽 여행을 간 거라는 인상이었는데 이건 초반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특히 거의 푸세식 화장실이 나온 순간부터 출연진들은 물론 나 역시 표정 관리가 안 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국 예능에서 연예인들에게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권유한 프로그램이 있었나. 과거 시골에서 생활하는 걸 기반으로 촬영하던 예능 역시 카메라가 꺼지고 나서 출연진들이 거의 다 호텔에서 잔 게 들통이 나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식으로 눈가리고 아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들은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푸세식 화장실을 써야만 한다. 

아무리 핀란드라고는 하지만 푸세식 화장실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데 더 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음식도 본인이 직접 잡아서 구해야 하며 불도 직접 피워야 한다. 게다가 물까지 20분이나 걸어가서 떠와야 한다. 이 모든 걸 말로만 들었을 때와 직접 본인이 해야될 때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긴 하다. 

정수된 물만 마시던 한국 사람들에게 이 모든 건 악몽과 다름 없다.

특히 말 그대로 도시를 사랑하는 이동휘의 표정 변화를 잊기 어렵다. 아마 나라도 그 자리에서 그런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고 들었다면 절대로 좋은 표정을 보여주기가 힘들었을 테다. 생각보다 날것 그대로의 상황을 출연진들에게 던지는 제작진이 놀라울 정도인데 의외로 모두가 이런 상황을 무리없이 받아 들인다. 

어렵게 장작을 패고 불을 피우고 요리를 만든다. 

사실상 곽동연을 제외하면 혼자서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고 기본적인 요리조차 못하는 분들이어서 더 재미있다. 특히 야무진 곽동연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3인방을 보는 재미가 신선하다. 정말 곽동연 아니었으면 제대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려웠으리라.

이동휘야 워낙에 예능감이 좋아서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은우도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가 있고 곽동연은 야무지며 이제훈은 해맑다. 이 모든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준다. 예능감이 절대적으로 좋은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이 네명의 조화로움이 편안하다. 의외로 시청률은 생각만큼 높게 나오지 않는데 최근 들어 본 비슷한 예능 중에서 가장 재미있다. 

이 네 명의 반응과 행동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계속 시청하게 된다. 

저 상황이 부럽거나 핀란드에 간 거 자체가 부럽지는 않은데 나름 극한의 상황에서 어찌 저찌 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하며 그 안에서 장난스러움이 묻어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동휘는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터뜨려 주는데 귀한 물을 마시던 차은우에게 적당히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웃지 않을 수 있는 사람 누구일까. 

이제 연예인들의 호화로운 여행기에 열광하는 대중은 없다. 점점 더 대중은 고생하는 연예인들을 보고 싶어 한다. 신흥 귀족인 연예인들이 잠깐이라도 고생하면서 우당탕탕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제는 더 먹히는 시대가 되었다. 

보기 전에는 텐트 밖은 유럽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보고 나니 그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매주 챙겨 보게 된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건 인터넷이 아예 안 된다는 점인데 다른 거보다 이 부분이 제일 힘들 거 같아서 핀란드 시골 체험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고생하는 것도 아니고 연예인들이 힘들어하며 나름 재미있게 사는 걸 보는 건 의외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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