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셋방살이 네 소년의 왁자지껄 수학 여행

 썸바디의 예능 이야기 

별 거 아닌데 깔깔거리게 되는 마법같은 예능 

고백하자면 최근 들어 힐링 예능이 너무 많아서 핀란드 셋방살이가 처음 방영한다고 했을 때에도 시큰둥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나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운 걸 발견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 힐링은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한국 예능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식의 예능이 오직 한국에서만 존재하고 인기도 모으는 게 한국인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힘든 삶을 사는지를 반영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우울해진다. 

이러니 저리니 해도. 

핀란드 셋방살이는 생각 아니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 

아쉬운 건 역시나 시청률이다. 

생각보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고는 있어서 시즌 2 가 나올지 여부는 좀 불안하긴 하다. 적어도 4% 이상은 나와 줘야 다음 시즌에 대해서 장담을 할 수 있는데 그 정도 시청률은 나와주고 있지 않아서 조금 아쉽다. 이 조합으로 다음 시즌 예능을 가도 재미있을 거 같기는 한데 텐트 밖은 유럽처럼 고정 시청자 층도 없는데다가 겉보기만으로는 조금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생각보다 시청자 층 유입이 더딘 듯하다.

그러나 텐트 밖은 유럽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텐트 밖은 유럽은 유럽의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마치 유럽 여행 투어 그룹을 눈으로만 따라가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핀란드 셋방살이는. 

관광보다는 말 그대로 자연인으로 힐링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네 명의 조합이 괜찮은 데다가 핀란드 라플란드의 매력이 상당해서 시청률이 이토록 안 나오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여행 프로그램으로의 매력보다는 남자들의 장난을 구경하는 재미가 더 크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지난 주에 방영한 회차가 가장 재미있었다. 

가장 극한의 환경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것도 흥미로웠고, 정말 수도 시설이나 전기 시설이 없는 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점도 특이하달까. 한국에서도 저 정도의 상황에서 생활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정말 전쟁을 겪은 사람들 말고는 없지 않으려나. 

수도도 없는 데다가 전기 시설도 없는 건 정말이지 상상도 안 간다. 

나도 승무원 생활을 하느라 여기저기 다 가보긴 했는데 저 정도로 열악한 시설에서 사는 나라의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도 라플란드가 다행인 점은 집 앞 호수가 워낙 깨끗해서 식수로 써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며 전기 역시 지내는 데에 크게 불편함이 없다. 

애초에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도 버티며 살던 우리가 아닌가. 

나도 요즘 일부러 스마트폰을 멀리 하면서 책을 보거나 운동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는데 스마트폰으로는 막상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유튜브를 보거나 쓸데없는 자극적인 영상이나 글 그리고 사진만 찾기 때문에 애초에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 더 좋았구나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똑똑한 기기가 내 손 안에 있다고 해서 나까지 똑똑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 슬프다. 

특히 전기와 인터넷이 없어서 스마트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네 명의 배우들이 친해질 수 밖에 없는데 서로 할 수 있는 게 대화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그런 케미가 굉장히 일찍 나오기도 했다. 만난 지 나흘 만에 서로 편해진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는데 특히 네 명이 작은 오두막에서 모여 잠들기 전 잡담을 나누는 장면이 너무 재미있었다.

곽동연이 반말을 하고 이동휘가 무음 처리로 응답을 해주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나이 차이가 다들 서로 꽤 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스스럼없이 농담을 하고 웃고 즐기는 거 보면서 학창 시절 수학 여행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카메라가 존재하고 4명 다 어느 정도는 의식을 하고 촬영에 임하고 있으나 환경이 워낙 척박하다 보니 카메라를 잊고 즐기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포착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을 제작진이 절묘하게 잘 잡아냈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원래는 게임에서 진 차은우와 곽동연은 야외 취침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한 겨울이 아닌 여름이라고 해도 야외 텐트에서 자는 건 그야말로 극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자세히 보면 벌레도 정말 많이 돌아다니던데 저 상황에서 야외 취침까지 시키는 건 좀 선 넘은 거 아닌가 싶은데 실제로 이동휘와 곽동연은 전날 야외에서 취침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생하는 동생들이 안 쓰러웠는지 이제훈이 먼저 실내에서 같이 자자고 제안을 했고 이동휘 역시 동의하며 4명의 남자들이 좁은 오두막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잠들게 되었다. 마치 어린 시절 파자마 파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 상황에서는 밤새도록 이야기를 안 하는 게 힘들 정도인데 이 분들도 자정에 누웠지만 새벽 2 시까지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 일부분이 방송에 나왔다. 

아마 다들 나이가 10대 후반이었으면 밤을 새는 것도 가능했으리라. 

사실 그 동안 나영석 사단의 힐링 예능을 보면 취침 이후의 영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 아무래도 카메라가 24시간동안 따라 다니다 보니 취침 시간 만큼은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라플란드는 인터넷이 아예 안 되는 지역이기에 취침 시간이라고 해도 개인 정비같은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데다가 다들 촬영을 마치고 늘어진 시간이어서 저렇게 편하고 재미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운 좋게 담길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네 명의 배우 모두 인성이 좋아서 서로 간의 케미가 특히나 좋다. 

끊임없이 농담을 하며 동생들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이동휘도,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자신이 고생하는 거에 대해서 내색을 전혀 안 하는 이제훈이 먼저 동생들을 편하게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곽동연과 차은우도 비록 나이 차이가 조금 나긴 하지만 형들을 너무 어렵게 대하지 않으면서 이들 간의 조화로움이 더 빛을 발하고 있다. 

라플란드에서 개고생하는 건 조금 안타깝기는 한데 비록 짧은 열흘도 안 되는 기간이지만 훨씬 더 빨리 친해질 수 밖에 없겠다 싶다. 

사실 별 거 없기는 한데 이 네명이 같이 노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시청률이 조금 올랐으면 싶고 시즌 2 도 보고 싶긴 한데 과연... 

하지만 라플란드 숲속 생활은 너무 극한이기에 따라 하고 싶은 마음에 절대로 들지 않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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