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밥밥 예능 제작진의 고단한 삶

 썸바디의 예능 잡담 

[나영석 TVN 예능 콩콩밥밥 후기] 

퇴근을 못 하는 그대들이여 


군대 시절 선임으로 있던 분이 

그 당시 레전드로 남았던 인기 시트콤에서 제작진으로 일한 경험이 있던 사람이었다. 

성격이 개차반이어서 지금 생각해도 인간 말종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경험이 워낙에 많은 사람이라서 들을 만한 이야기가 많기는 했다.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군대 선임이라 티를 내기도 어려웠고 같이 근무를 많이 선 나머지 의외로 재미있고 다양한 과거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건 방송국 경험이었는데 원래 방송 관련과를 나와서 연기를 하고 싶었으나 키가 너무 작아서 포기하고 방송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기억을 떠올려 봐도 얼굴은 괜찮은데 키가 조금 작기는 했다. 요즘 들어 키 작은 남자 배우들은 드라마에서도 거의 찾아 보기 어려운 걸 생각해 보면 남자에게 키는 중요하며 특히 배우에게 키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임시완 정도로 연기를 기깔나게 할 거 아니면 기본적으로 남자 배우는 키가 커야 한다.

그렇게 키에 대한 좌절로 인해 배우는 할 수 없었지만 군대 선임은 시트콤 제작진 중 한 명으로 방송업계에서 일할 수 있었다. 당연히 방송국 소속은 아니고 외주 제작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인기 시트콤인 데다가 시트콤 특성상 매일 방영을 하기 때문에 집에 제대로 들어가 본 기억도 없고 항상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쉬는데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건 절대 아니고 모자란 잠을 자다가 휴일이 다 지나가 버리는 생활을 1년 정도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때려치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던 기억이 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 나라에서 드라마는 물론 예능도 시즌제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특히나 예능은 인기가 많으면 시청률이 떨어질 때까지 한 번도 안 쉬고 계속 방영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시트콤같은 경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방송을 내보내야 하는 구조였는데 배우도 힘들겠지만 뒤에서 일하는 제작진들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나영석 PD 역시 1박 2일 하면서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걸 보면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일 수록 그 부담감이 상당했으리라. 

내 군대 선임은 그렇게 방송계와 연을 쌓았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이렇게 일하다가는 내가 죽을 거 같다고 고백하는 부분에서 어느 정도 그만둔 게 이해가 가기도 했다. 

이번에 콩콩밥밥을 통해서 지구오락실 제작진이 날로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는 거 같고 나영석도 관련해서 농담을 던지고 있는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금도 예능 제작 구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환승연애를 만들었던 이진주 PD 역시 촬영이 들어가고 방송을 하기까지는 거의 퇴근도 못 하고 회사에서 지낸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모든 방송이 다 끝나면 제작진 모두 3개월에서 4개월 정도를 몰아 쉰다고 하던데 너무 긴 휴가 아닌가 싶지만서도 거의 반년 넘게 집에도 들어가지 못 하고 촬영과 편집에 몰두한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나마 환승연애는 워낙에 반응이 좋았어서 성과금도 받았을 테니 나름 편안하게 쉴 수 있었으리라. 이렇게 고생했는데 프로그램의 반응 마저 안 좋으면 정말 힘이 빠질 거 같기는 하다. 아마 지구오락실 제작진 역시 프로그램 제작이 들어가면 아마 쉬지도 못 하고 일을 할 거 같은데 편집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터라 더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이런 예능은 본격 촬영이 들어가고 편집을 하는 과정부터가 진짜다. 

과거 스튜디오 촬영 예능 같으면 정해진 시간이 있고 촬영본도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집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 하는 게 방송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시대여서 카메라도 많고 그 촬영본을 다 사람 눈으로 직접 보고 결정해야 하기에 신경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에그이즈커밍에서 편집하시는 분들이 제대로 퇴근도 못 하고 일하는 건 안쓰럽지만 그래도 저 회사 정도면 PD를 대우하는 수준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회사라면 월급이나 복지 면에서 에그이즈커밍에 비빌 수준도 아닐 거다. 

그나마 방송업계에서 가장 복지가 좋다는 곳에서도 제대로 퇴근도 하지 못 하고 편집을 하는 게 일상이다. 

어느새

예능에서 리얼리티가 대세가 되면서 이제는 우리가 예능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고생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인공 지능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촬영본을 보고 재미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려면 사람이 다 봐야 하고 아마도 시각 효과나 효과음 그리고 음악을 집어 넣는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을 받겠지만 여전히 편집 과정은 인간의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지루한 시간 싸움이다. 

나영석의 회사는

예능 분야에서는 업계 최고라고 할 만한데 에그이즈커밍에서 일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저렇게 좋은 곳이 저 수준인데 저보다 열악한 곳은 얼마나 더할지 상상하기 힘들다. 지금이야 그래도 예능이 시즌제로 진행이 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거에는 정말 사람을 갈아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터라 나의 군대 선임처럼 도중에 탈주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건 좋은데 어느 정도 개인적인 생활이나 인권은 보장해 주었으면 한다. 어차피 다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렇게 사람 갈아 넣어서 무언가를 이룬다고 그게 정말 인간에게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최근 들어 중국의 무서운 인공 지능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우리 나라도 52시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무식한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차피 인공 지능 역시 이제는 사람을 갈아서 하는 단계를 넘어섰기에 단순히 사람을 갈아 넣는다고 될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애초에 그랬다면 후진국에서 가장 먼저 인공 지능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았을까. 

어차피 인공 지능 기술은 소수의 천재들이 이끌어 가는 거고 중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인공 지능 덕분에 사람의 노동력은 어느 정도 교체가 되겠지만 반면 그렇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마음같아서는 

하루 종일 놀고 먹고 싶은데 그리고 그게 인간의 본성일진대 그게 참 어렵다. 

예능 제작진들도 마냥 행복할 거 같지만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 수 있어서 콩콩밥밥이 특별하면서도 소중하다. 구내 식당 이야기이긴 하지만 항상 성공작만 내던 나영석 사단의 일꾼들이 어떻게 일하고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그나저나 도경수는 요리에 굉장히 진심이시던데 똘망똘망한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이광수와의 케미도 좋고 예능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건 역시나 이광수 덕분인 거 같기도 하다. 

콩콩팥팥 시즌2도 얼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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