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제리 스프링거 쇼 파이트 카메라 액션 후기

 썸바디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추천 제리 스프링거 쇼: 파이트, 카메라, 액션 후기 

시청자들은 과연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국내에서는 수위 덕분에 당연히 방영이 안 되었으나 뉴스나 기사 아니면 커뮤니티에서 움짤이나 사진으로 이 프로그램의 존재에 대해서 과거부터 알고는 있었다. 

처음 보자마자 이런 말도 안 되는 쇼가 가능하다니 도대체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짜고짜 일반인 출연진들이 서로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는 건 물론이고 갑자기 나체의 여자가 자신 있게 등장하는가 하면 무대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 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미국에서는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존재만 알 뿐 딱히 제리 스프링거 쇼 자체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기는 했다. 그저 미국의 기상천외하고 놀라운 예능 중 하나라는 생각 정도랄까. 

나 역시 그러했다.

이런 미친 프로그램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공개가 된다고 할 때에도 놀라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정보도 그리 많지 않았던 데다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이 되던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보니 더 그러했다.

해당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면 제리 스프링거 쇼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유용하긴 하다.

나는 꽤 오래 전에 폐지가 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2018년에 폐지가 되었다고 하는 거 보면 생각보다 더 장수한 프로그램이었어서 놀라웠다. 1990년대 초반에 시작해서 미국 내에서도 선정성과 자극적인 수위 덕분에 논란의 프로그램이었으나 한 때는 무려 오프라 윈프리 쇼를 시청률 면에서 이긴 적이 있던 레전드 예능이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런 걸 보면 역시나 인간은 자극에 약하긴 하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지금은 과거에 비하면 영향력이 없긴 하지만 전 미국을 사로 잡은 토크쇼 중 하나였다. 오프라 윈프리 쇼를 시청률 측면에서 이긴다는 건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특히 그 예능이 제리 스프링거 쇼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처음부터 제리 스프링거 쇼가 자극적이고 말도 안 되는 소재를 다룬 건 아니었다.

초반에는 전국적으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제리 스프링거가 진행하는 평범하고 평이한 재미없는 쇼였다. 그렇게 폐지가 이루어지기 직전 새로운 제작자 한 명이 합류하면서 프로그램의 운명이 아예 달라진다. 

제작자 리차드는 대놓고 자신에게 허락만 된다면 방송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도 내보내고 싶다고 공언하는 인물이었다. 한 마디로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각오로 예능을 만드는 사람이기에 이런 쇼가 나온 건 응당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뻔하긴 한데 리차드에게는 한계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극적인 설정은 전 미국인들을 집중하게 만들었고 당시 기준으로 최고의 히트 프로그램 반열에 제리 스프링거 쇼를 올려 놓았다. 물론 소재가 너무 자극적인 탓에 언론과 종교 단체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기는 하였으나 돈이 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폐지도 안 되고 꽤나 오랜 기간 명맥이 유지되었다. 

말과 결혼 혹은 성관계를 하기 위해 전처와 자식을 버린 남자 

아내 혹은 애인 몰래 바람을 피우는 수많은 사람들 

이런 자극적인 소재들만 데리고 와서 일반인 출연자끼리 싸움을 붙이는 프로그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모든 게 리허설에 기반했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이긴 했다. 물론 방송이라는 게 자극적이어야 하고 사건 사고가 일어나야 시청률이 올라가긴 하지만 일부러 순진한 일반인 출연자들을 교육하고 윽박 질러서 실제로 무대 위에서 싸움을 일으켰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방송인도 아니고 일반인들이 그렇게 무대 위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게 매번 나오는 게 이상하다 싶기는 했는데 이걸 제작자들이 뒤에서 교묘하게 이용하려고 리허설까지 하던 거였다니 너무 황당해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제작자들은 자신들은 인간 본성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일 뿐 아무 죄가 없다는 식으로 인터뷰하는 뻔뻔함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일반인 출연진들은 거의 대부분 비행기도 한 번 타보지 못한 가난한 미국의 시골 마을 출신들이었다. 객관적으로 방송의 파급력과 언론의 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그저 순진하고 순수한 사람들이었기에 제작자들의 교묘한 전략에 너무나 어이없고 쉽게 넘어 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아마 이들 역시 자신들이 방송에 어떠한 방식으로 나오고 그 파급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알았다면 절대로 출연에 동의하지 않았을 테고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로 험하게 싸움을 하지는 않았을 테다. 

우리 나라에서도 시청률을 위해서 예능에서 과장을 하거나 허황된 설정을 부여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긴 하지만 제리 스프링거 쇼가 다른 점이라면 굉장히 내밀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만천하에 공개가 된다는 점이다. 

그것도 평범한 삶을 사는 지극히 일반인들의 숨겨진 이야기들... 

특히 삼각 관계 설정으로 쇼에 나온 남성이 전처를 무자비하게 살해하면서 제리 스프링거 쇼는 위기에 처하지만 애초에 둘의 관계가 굉장히 폭력적이었기에 쇼는 무난하게 진행이 된다. 아마 우리 나라 였다면 당연히 쇼가 폐지가 되지 않았을까. 쇼가 직접적인 살인의 원인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분명히 살인을 자극했다는 측면에서는 비난을 피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쇼를 만드는 PD들이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리차드 라는 총괄 제작자의 압박과 지휘 아래 이들은 자극적인 설정과 소재 그리고 출연진들을 찾아 헤매야 했고 이들을 방송에 내보내기 전에 조련해야 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역대급이었다고 하니 시청자를 제외하면 누구 하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 힘들었던 게 바로 제리 스프링거 쇼였다. 

그래서 나는 전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웃고 떠든 미국의 시청자들도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마치 나치가 신나게 유대인이나 전쟁 포로들을 죽이고 있었을 때 이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독일인들처럼 말이다. 

만약 우리 나라였다면 압도적인 반발로 인해 폐지가 되었을 텐데 미국이라는 나라도 이상하지만 이걸 시청률이라는 이름 하에 계속 방송을 한 방송사도 참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 

과거에 한 번은 일본에서 이해가 안 가는 야하고 저속적인 예능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지인의 집에서 보게 된 건데 일본에 사는 그 분은 일본에서 산 지가 오래 되어서 그런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 상태로 깔깔 거리는 모양새가 조금 당혹스러웠다던 기억이 난다. 

젊은 20대 여성이 의자에 포박당한 채로 앉아 있고 누가 봐도 쉰은 넘어 보이는 중년 남성이 몸에 딱 붙는 타이즈를 입고 엉덩이를 여성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만드는 자극적이고 천박한 설정이었다. 그 상황이 분명 웃음을 위해 만들어진 걸 이해는 하지만 나는 보면서 절대로 웃을 수 없었다. 그걸 재미있다고 일본의 신정 연휴에 황금 채널에서 방송하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것 역시 어찌 보면 시청자들이 원하는 웃음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결국 모든 건 시청자의 수준에 달려 있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점점 심해지는 유튜브 채널들의 자극성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 방송사에서는 절대 다루지 않을 이야기나 소재들을 들려 주면서 판단력이 흐린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미국도 제리 스프링거 쇼는 폐지가 되었으나 유튜브에서 말도 안 되는 음모론과 이야기가 퍼지는 걸 그 누구도 막을 생각이 없다는 건 답답할 지경이다. 자극적이거나 과장하는 건 뭐라 하지 못 하겠는데 적어도 가짜 뉴스 만큼은 단속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방송 프로그램은 그 시대의 시청자들의 수준을 보여준다. 

제리 스프링거 쇼가 시사하는 바도 비슷하다. 

결국은 이런 저질 프로그램을 앞에 두고 낄낄거리고 아무 비판 의식 없이 즐기는 시청자 역시 이러한 책임과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방송사 입장에서야 시청률이 전부라는 걸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인간의 존업성은 존중하고 고려하면서 방송을 만들었으면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유튜브도 최소한의 통제와 규제를 적용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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